최근 대화에서 제가 한 말입니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데 친근한 마음이 드는 사람에게는 가끔 오버해서 말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웃기려고 한 말도 아닌데 왜 말이 저렇게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먹어본 만큼 맛있는 두부를 먹어본 적이 없으시군요’라고 하기엔 문장이 길게 느껴지고(말을 간결하게 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늘 상대가 제 말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고 부연 설명을 길게 하게 됩니다). 그냥 ‘맛있는 두부를 아는데 혹시 알려드릴까요?’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저런 말이 나온 이유는 대화 상대가 ‘두부는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잖아요. 특별한 맛이 있는 재료가 아니니까요.’와 비슷한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말에 대한 반응이 ‘두부를 안 드셔보셨군요’였는데 실은 상대가 어떤 두부를 먹어왔는지보다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두부가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린다’는 말이었습니다.

약 5년 전부터 비건 지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당을 고를 때면 비건 음식만 파는 비건식당이거나 비건으로 변경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 또는 비건 메뉴가 있는 곳을 찾게 됩니다. 비건 식당보다 비건 메뉴가 있거나 비건 변경 옵션이 있는 식당이 훨씬 많고 외식은 논비건 일행과 하는 일이 대부분이기에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보게 되는 메뉴에는 고기나 생선 등의 단백질을 대신할 재료로 두부가 적혀 있곤 합니다. 두부타코, 두부카레, 두부샌드위치 등 메뉴의 주재료가 되는 논비건 단백질을 두부로 대신하는 건데요. 단백질 섭취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두부라는 대체재가 반가울 수도 있겠지만 맛이 더 중요한 저에게는 이것이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두부가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당연히 저만의 생각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두부를 음식에 어울리게 조리하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봤던 것인데요. 두부를 고기나 생선과 같은 방식으로 조리하고 양념해서 음식을 완성하면 그 음식이 맛있을 확률이 떨어집니다. 두부가 수분이 많은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식품과학회 대두가공이용분과에 따르면 두부는 약 83%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두소에 두부를 넣을 때 세탁기 탈수 기능을 사용해 두부의 수분을 제거하기도 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요즘에는 야채 탈수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런 도구가 없었던 과거에는 세탁기까지 동원해서 두부의 수분을 제거하기도 했습니다.

두부에 수분이 많기 때문에 고기나 생선 다루듯이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살짝 구워서 음식에 넣기만 하면 맛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확히는 두부에 있는 수분 때문에 간이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아 싱겁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죠. 두부를 제외한 음식의 나머지 부분들이 조화롭다면 두부의 밍밍한 맛은 더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입에 짝 붙는 게 아니라 겉도는 맛이 되어버리죠.

두부는 수분을 확실히 제거하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지기 때문에 논비건 단백질 재료를 대체하기에 알맞은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요리사들은 일부러 두부를 얼렸다 녹여서 사용하거나 두부를 잘게 썰어 굽기도 하고 건조한 두부나 유부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부를 논비건 옵션 재료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식당에 바라는 것은 두부가 아닌 다양한 채소를 옵션 재료로 넣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두부에 특별한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맛있는 두부는 상당히 비싸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두부의 맛은 가격과 상당히 비례합니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두부와 두부 전문점에서 만드는 두부는 가격도 맛도 차이가 큽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두부는 ‘황금콩밭’이라는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두부인데 소백산에서 나는 콩으로 매일 새로 만든다고 합니다. 한 모에 650g 정도로 가격은 16,000원입니다. 시중에 파는 두부와 비교하면 꽤 비싼 편이지만 고기와 생선에 비하면 마냥 비싸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공수하기 수월한 식재료는 아닐 것입니다.

아무튼 맛있어서 비싸고, 비싸서 맛있는 두부를 사용하기 어렵다면 야채를 다양하게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부리또에 두부 대신 감자를 넣으면 어떨까요? 입에서 부드럽게 으깨지는 감자가 부리또에 들어간 쌀과 콩에 환상적으로 어울릴 수 있습니다. 구운 채소도 훌륭한 두부 대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가지는 기름 없이 구우면 수분이 마르면서 쫄깃해지고 특유의 녹진한 맛도 있습니다. 브로콜리는 구우면 고소한 맛이 폭발적으로 느껴집니다. 양배추, 감자, 브로콜리 등의 채소는 단백질 함유량이 다른 채소보다 높아 이 채소들을 충분히 먹는 것으로 단백질을 상당량 섭취할 수도 있습니다.

주소: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16길 9 (본점) /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30길 66 (서초점)

추천: 냄비두부조림, 두부전, 오모가리청국장, 황금탁주

비추: 코스 요리, 서초점 방문